
11월까지 건강검진을 해야 해서 회사 선생님이랑 같이 가기로 예약을 했다. 사실 날짜가 다가와도 워낙 정신없다 보니까 실감이 잘 나질 않았다. 대장내시경 3일 전부터 식단관리를 했었어야 했는데, 점심에 샐러드 먹으면서 엇...? 깨가 들었..네..? 3일 전이니까 괜찮나..? 아주 식겁하는 날이었다. 3일 전부터 부랴부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나 후기를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원래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인지라 계란 먹고, 두부 구워 먹고, 사과 먹고 하는 건 괜찮았는데 뭔가 먹으면 안 됩니다! 하니까 괜히 잘 생각도 안 나던 치킨이나 피자가 그렇게 머릿속에 맴돌았다. 끝나기만 해 봐라. 저녁엔 무조건 기름칠을 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나의 식단들. 나름 나쁘지 않았다. 뭔가 이렇게 먹고 나니 속이 불편하지 않고 든든했달까. 계란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두부가 제일 맛있었다. 종종 속 더부룩 할 때는 두부 구워서 저렇게 먹어야지. 물론 지금은 내시경을 위한 식단이지만 말이다.

자. 이제 속을 한번 비워볼까. 병원에서 챙겨준 약을 꺼내봤다. 워낙 후기에 약을 먹고 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는 말들이 많았어서..! 드라마 속처럼 물을 먹으며 하루종일 화장실을 오고 갈 내 모습이 서글퍼졌다..ㅠ.ㅠ 얼른 건강검진이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뿐...

약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피코솔루션 하나에 가운데에 있는 모비락스 한 포 열심히 섞어서 꿀떡꿀떡 마시면 된다. 뭔가 포카리에.. 상콤씁쓸한 맛이 더 입에 감돈달까. 사실 너무 겁나서 코를 막고 마셨는데, 다 마시고 나서 살짝쿵 입에 맴도는 맛이 기분 좋지는 않았다... 흑 벌써부터 심란.. 저녁 7시에 한 통 마시고, 내일 새벽 6시에 한 통 더 마시면 된다.
중요한 건, 저 약을 마시는 것보다 약을 먹고 나서 2L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 전날 식단.. 사진으로 다시 봐도 너무 심란하다. 아니 흰밥, 흰 죽은 도대체 반찬 없이 그냥 먹으라는 뜻인 걸까..?ㅠㅠ 점심에 카스테라 하나 먹었는데 아주 세상 우울했다. 이래서 사람의 3대 욕구가 의식주구나.. 그중에도 식이 가운데인 이유가 이건가 보다.. 아주 중요해서 말이다.. 일을 하고 싶지도.. 뭔가를 하고 싶지도.. 그 어떤 욕구도 생기지 않았다...

저 오른쪽 끝에 있는 아락실은 자기 전에만 먹으면 되는데, 알이 엄청 작고 많다...! 입에 한 입 물고 물을 꿀떡꿀떡 먹었는데 알맹이가 너무 작아서 물이 넘어가는 중에 이에 낀다던지, 입 안쪽에 껴서 오래도록 약맛이 입에 맴돌게 만드는 아주 신기한 재주가 있었다.. 혹시 모르니 먹을 때 참고하시면 좋겠다 ^^....

약을 먹고 1~2시간 정도 지났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엇.. 혹시 내가 뭘 잘못 먹었나..? 약기운이 안도나..? 나 이렇게 3일 동안 고생했는데 대장내시경 다시 해야 한다고 하면 어쩌지..? 등등 아주 오만 생각이 다 들었는데, 다행히 2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약기운이 돌았다. 아주.. 기나긴 밤이었달까.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하고 나면 5년 정도는 안 해도 된다고 하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오전 9시에 예약이 되어 있어서 도착했다. 미리 전달받았던 검사지를 전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대장내시경 옷(엉덩이가 훌렁한)을 바로 입는 건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엉덩이가 닫힌 옷으로 먼저 갈아입었다. 11월~12월은 건강검진 성수기라(?) 사람이 아주 많았다. 꽤 붐벼서 같이 간 선생님이랑 검사가 계속 달라졌고, 실질적으로 같이 병원에 오고 가기만 할 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짠! 다른 검사 기다리면서 사진 한 장 찍어봤다. 2층에서는 괜찮았는데 대장내시경을 하러 1층에 가야했을 땐 옷이 너무 추웠다ㅠㅠ 다들 추워서 파카랑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는데.. 나는 이 얇디얇은 검진복 하나 입고 다녀야 했다고. 게다가 위에 속옷도 안 입은 상태에서 그 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이렇게 보수적인 사람이라니 내가. 조금 반성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이미 나는 뼛속까지 보수파인걸.

대장내시경 기다리는 중. 오늘의 클라이막스. 스티커를 이렇게 붙여두신다. 아마 환자 이름 확인해야 하니까 그런 거겠지? 두근두근 별 탈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대장, 위내시경 전체 후기. 첫 내시경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베드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으면 링거 자리에 "약 들어갑니다." 하고 주사기로 약을 꾹 넣어주신다. 숫자를 세주신다고 하셨는데 그런 기억도 없다. 너무 추워서 '아잇.. 추운데..?' 하고 눈을 떴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분명 나는 내시경 하는 곳에 누워있었는데 그새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오시며 "조금만 더 누워계시게요." 하고 지나가셔서 열심히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원래 수족냉증이 있기도 하지만 슬리퍼를 신어서 그런지 발끝이 너무 시려웠다..! 2층에 담당 선생님께서 데리러 오셨는데, 나 말고도 한 분 더 모시고 가야 하는 듯했었다. 춥기도 춥고 얼마나 그분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건지 싶어서 "그분이랑 같이 가는 건가요?"라고 물었는데, 어지럽지 않으면 먼저 가도 된다고 하셔서 열심히 쫄래쫄래 걸어 올라갔다.

끝나고 식욕이 엄-청 돌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뭔가 메스꺼워서 기름진 게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았다. 병원 가까운 곳에 죽집이 있어서 간단하게 점심 해결하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참치야채죽을 먹기로 결정! 원래는 절반 정도만 먹을까 싶었는데, 애매하게 남아서 '어차피 죽인데 조금 무리해서라도 먹자!'하고 다 먹었다. 포장하고 집에 가져오면 쓰레기도 생기도 막상 안 먹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죽을 든든하게 먹고 나오는데, 바로 옆에 던킨도넛이 있었다. 같이 간 선생님이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하기도 하고, 아침에 선생님 아버님께서 데려다주신 게 감사하기도 해서 도넛 선물해 주려고 들어갔다. 다양한 디저트를 먹어봐도 기본맛이 가장 무난하니 입에 제일 잘 맞았다. 고민도 안 하고 하나 포장했다. 집에 가서 맛있게 먹어야지 하고.
[건강검진 총평]
건강검진은 정말 주기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이 들지만, 검사하기 전부터 당일까지는 괜한 걱정으로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던지. 마지막에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신 게, 왼쪽 유방에 석회가 하나 발견되었다는 것. 그래도 초음파에서는 문제없는 것으로 보여 다음 검진 때는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백혈구 수치가 너무 적다는 것.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가까운 의원을 내원해 보라고 권유하셨다. A, B형 간염 항체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 당장 맞아야 하는 걸까 조금 고민스럽긴 하다. 다음에 병원 갈 일 있을 때, 한 번에 맞아야겠다. 항상 느끼지만, 식단관리 잘하고 운동 꾸준히는 못해도 틈틈이 체력관리 하면서 건강 잘 챙겨야지 다시 한번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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