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장성) 백양사에 다녀와서

박유월 2023. 3. 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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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 백양사

주소 :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 대웅전


 점심을 맛있게 먹고 사찰에 가는 길에는 잠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남자친구가 입장료 결제할 때 옆에서 부스스 눈을 떴다. 헤헿 1인에 4,000원으로 승용차까지 총 12,000원 입장료를 결제했었네(?) 비몽사몽 정신 차리느라 옆에서 나름 분주했다..! 날이 그렇게 엄-청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같이 이렇게 사찰을 구경하는 게 오랜만이라 설레는 시간이었다.


 파란 하늘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사찰을 좋아하는 이유가 발걸음을 옮길 때면 산이 나를 감싸 안고 있는 느낌이 너무 포근하고 좋아서이다. 바람결에 따라 흔들리는 나뭇가지, 코 끝에 맴도는 산내음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걸을 때마다 바닥에서 들려오는 자갈 소리,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잠시 세상이 멈춘 듯 한 공간이었다. 


 사진 촬영을 꼭 하고 가라고 팻말까지 만들어두셨다. 어느 분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너무 탁월한 선택인게, 여기서 찍은 사진 배경이 참 멋있었다. 물론 계절이 피어있는 나무였다면 더 전경이었겠지만, 겨울 이 풍경마저도 그림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인지라 얼른 사진에 담아뒀다.


 잔잔히 찰랑이는 물결과 바람 따라 흔들리는 나뭇가지. 산의 전경은 언제나 봐도 감동이다. 겨울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점심시간 이후로 방문해서 인건지 사람이 그닥 붐비지 않았다. 덕분에 조용히 풍경을 즐길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걸을 때마다 풍경에 감탄하며, 핸드폰을 내려 놓을 틈이 없었다. 자꾸만 담아두고파서. 사진을 정리하는 지금도 그때의 바람내가 코 끝에 맴도는 느낌이다. 이게 바로 사진의 힘인가?


 전에 회사 선생님들과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물가에 잠시 발을 담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발만 살짜쿵 걷어올리고 담가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여름이 발 끝에 닿는 기분이랄까. 맨 처음 닿던 그때는 물이 차가워 움찔거렸는데 그새 미지근히 느껴지며 발 전체를 감싸왔다. 마음 편한 사람과 마음 편한 공간에서 여름 그대로를 즐길 수 있었던 그때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졸졸 흐르는 물처럼 내가 앞으로 갈 길도 막힘 없이 졸졸 흘러나가길 바래본다. 잠시 돌아갈지라도, 잠시 고여 있을 지라도 언젠가는 흘러내릴 저 물들처럼 말이다. 


 유난히 바람이 찬 날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덕분에 남자친구는 감기를 얻었지만...) 다음에는 핫팩을 쥐어주고 같이 걷자고 해야지(?)


 약 15분 정도 걷다 보면 사찰이 나온다. 내부가 궁금해서 구경하러 호다닥 들어갔다. 항상 절 입구를 마주하면 마음이 두근거린다. 절마다 특성이 있기도 해서, 전에 다녀온 절이랑 비슷하려나 생각하며 갔던 것 같다.


 여기 사찰은 특이하게 소원을 적는 공간이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다들 어떤 소망을 빌러 이 절에 오셨을까 하는 단순한 궁금증으로 다가갔었는데, 적힌 소원들을 보면서 사실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다.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 작은 소망들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빌게 되기도 했고. 그 작은 보리수잎에 묵묵히 매직으로 적어갔을 그 마음들이 느껴져서일까, 오래도록 소망을 바라보게 되었다.


" 우리가족 올해도 건강하고 평안하게 행복한 2023 ♥ "


 제 마음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곧은 길 꾸부정한 길들이 많지만 멈추지 말자.


 세상에 사랑이 가득하길!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더 사랑하며 살게요


 우리 가족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절을 둘러싼 산의 풍경을 눈에 담기에도 바쁜 시간들이었다. 절의 매력이 바로 이게 아닐까. 조용히 거느리며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누가 세워둔지 모를 소망들을 바라보며, 어느 누가 이렇게 자신의 소망을 세워두고 갔을까. 그 소망은 이루어졌을까.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다시 나오는 길. 자꾸만 핸드폰으로 여기저기를 담고 있다. 삶에 있어서도 앞서 걸어가야지, 뒤를 자꾸 보면 되겠느냐며 핀잔을 주는 어른들이 종종 있었다. 나는 항상 그랬었나 보다. 남들이 앞서갈 때 혼자 뒤를 자꾸만 돌아보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뒤를 종종 돌아본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확인하고파서. 혹여나 내가 놓친 것은 없을까 해서. 


 

 앞만 보고 걸었다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많은 풍경들이 다시금 머리를 맴도는 시간. 나는 그렇게 여전히 아직도 뒤돌아보지만, 그 시간들이 아깝지 않다. 덕분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었으니까.


 

 오늘도 덕분에 생각을 비워나가는 소중한 시간을 얻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잠시 떨쳐내고, 다시 새로운 마음을 먹자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기도 하다. 벌써 2023년의 2월이 지나고, 꽃들이 피어날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으니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꽃이 곧 피어나기도 할 봄을 더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


[ 백양사 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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